쿠로스와 비교되는 그리스 조각, 코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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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이야기

쿠로스와 비교되는 그리스 조각, 코레

by DDing선생 2023.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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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스와 비교되는 그리스 조각, 코레

 

쿠로스가 그리스 남성을 대표하는 조각이었다면, 여성을 대표하는 조각은 코레이다. 

 

그리스 초기, 쿠로스가 만들어지던 비슷한 시기에 코레라는 여성 조각상이 나오게 되는데, 코레는 소녀라는 뜻이다. 쿠로스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미술의 영향을 받아 당당하고 우람하게 표현되었던 반면, 코레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코레는 주로 어린 소녀나 처녀를 다양한 포즈와 옷차림으로 표현한 조각품이다. 코레는 주로 그리스의 미의 아름다움과 정제, 청초함을 상징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이러한 이미지는 고대 그리스의 여성상을 반영하는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니칸드레의 봉납상/아테네국립고고학박물관, 출처: 위키피디아>

니칸드레의 봉납상 

 

니칸드레의 봉납상은 기원전 650년경에 제작되었는데, 남성상인 뉴욕의 쿠로스보다 50년 정도 먼저 만들어졌다. 19세기 고고학 발굴 시기에 발견된 이 조각품은 고대 그리스 시대의  대표적인 초기 코레 작품으로, 낙소스 섬 출신의 여성 니칸드레가 델로스에 있는 아르테미스 신전에 이 조각상을 봉헌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조각의 옆에는 "귀족 데이노디코스의 딸이자 데이노메네스의 자메이며 파락소스의 아내인 니칸드레가 이 조각을 아르테미스 여신께 바친다"라고 새겨져 있다. 이 글은 돌에 새겨진 그리스 문자 중 가장 오래된 것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나중에는 조금 더 세련된 코레 작품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이 코레가 보는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냥 기둥의 중간중간을 파고 새긴 것으로 보일 정도인데, 이를 보면 코레가 쿠로스보다 기술적으로 앞선 작품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쿠로스와 비교해서 또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바로 옷을 입고 있다는 점이다. 쿠로스를 비롯한 그리스 남성을 대상으로 한 조각의 대부분이 누드인 반면, 여성을 모델로 하는 코레는 옷을 입고 있다. 앞서  쿠로스를 보면서도 언급한 것과 같이, 그리스 사람들은 남성을 영웅화하고 칭송한 반면 여성의 신체는 순수하거나 성스럽게 여기지 않았다는 인식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오세르의 여인상/ 루브르박물관, 출처: 위키피디아>

 

오세르의 여인상

 

니칸드레의 봉납상 이후에 나온 코레 작품으로는 위 사진의 '오세르의 여인상'을 들 수 있다. 앞선 작품이나 쿠로스의 구도와 달리 한쪽 팔을 들어 올리고 있지만 전체적인 구도는 좌우 대칭과 머리는 간단한 선으로 표현한 것이 엄격한 규칙에 따라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채색이 되었던 흔적이 남아 있는 이 고풍스러운 조각품은 그리스가 암흑시대에서 벗어나던 기원전 7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여전히 미케네 여신의 모습과 같은 좁은 허리를 갖고 있으며, 그녀의 뻣뻣한 머리카락은 이집트의 영향을 받았음을 추측케 한다.

<페플로스의 코레/아크로폴리스박물관, 출처: theacropolismuseum.gr>

시간이 조금 흐른 후의 코레 작품을 보려 하면 기원전 530년 경에 제작된 '페플로스의 코레'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앞에서 본 두 작품에 비해서는 확실히 발전한 모습인데 시기적으로도 '오세르의 여인상'에 비해 약 100년 후에 만들어졌다. 이 조각상은 특이하게 몸체의 아랫부분은 1886년에 '고래갱'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발견되었고, 머리는 그로부터 며칠 뒤 근처에서, 몸통인 윗부분은 에레크테이온에서 조금 북서쪽에 위치한 곳에서 발견되었다 

 

이 코레의 이름이 페플로스는 조각상이 된 것은 입고 있는 옷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페플로스는 가운데 부분을 벨트로 고정하고 어깨 부분을 청동 핀으로 고정했는데, 이 핀은 아직도 보존되어 있는 작은 구멍에 고정되어 있다. 색상에 대한 분광학 분석 결과에 따르면, 조각상의 벨트는 파란색과 녹색 또는 키톤 파란색이었고 목에는 녹색 띠가 있었던 것으로, 그리고 페플로스는 흰색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조작상의 변화와 민주주의 

하나씩 볼 때는 그 차이를 잘 몰랐을 수도 있지만, 비교해 놓고 보았을 때 그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옷의 주름 등을 활용해서 여인상의 몸매가 차츰 드러난 것을 볼 수 있으며, 여인상의 얼굴에 표정들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도 차이점으로 보인다. 

 

이런 코레의 변화는 쿠로스의 그것보다 조금씩 늦었던 것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쿠로스를 통해 나타나는 그리스의 사실주의가 여성 조각에는 그 속도가 더뎠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이런 남녀 조각상의 기술적 발전은 그리스가 민주주의를 이룬 시기가 아니라, 그보다 전 단계인 참주정 때 가장 활발히 발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민주주의라는 사회적 환경이 미술의 진보를 이끌었다기보다는 자유로운 예술적 시도가 사회의 변화에 기여한 것이 아닌지 추측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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