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미술; 경쟁과 혁신으로 이룬 창작의 역사
경쟁과 혁신 고대 그리스 미술의 역사는 다양한 화가들의 경쟁과 창작 활동으로 가득 차 있다. 어느 시대나 마찬가지만, 건강한 경쟁은 혁신과 성장을 만드는 동력이 된다. 이 시대에는 예술가들이 서로를 경쟁상대로 삼아 미술적인 역량을 겨냥하며, 그 결과로 우수한 작품들이 탄생하게 되었다.
폴리클레이토스와 프락시텔레스
고대 그리스 미술사에서 중요한 경쟁 관계 중 하나를 꼽으라면 폴리클레이토스와 프락시텔레스를 들 수 있겠다. 폴리클레이토스는 고전적 기획법의 대표적인 조각가로서 그의 작품은 조화와 균형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카논>이라는 책을 통해 인간의 신체를 비례로 파악하는 법을 이야기했다고 전해진다. 이 책의 원본은 남아있지 않지만, 로마의 학자 플리니우스의 저서 <박물지>에 폴리클레이토스가 이 책을 썼다는 내용과 중요한 이론 몇 줄이 남아 전해진다. 그는 인체의 이상적 비율을 이론적으로 추구했는데 머리와 팔의 길이를 기준으로 이상적인 아름다움의 표준을 만든 조각가로 알려져 있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기원전 440년 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지는 '창을 든 남자(일명, 도리포로스)'가 있는데, 원본은 소실되었고 현재 전해지는 작품은 로마시대에 만들어진 복제품이다.
프락시텔레스는 기품 있는 정서를 아름다운 형태 속에 표현하는 우미한 양식을 수립한 조작가로서 폴리클레이토스에 비해 자신만의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려 노력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명한 '크니도스의 아프로디테'가 그의 대표작으로서 여신의 누드를 표현한 최초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프락시텔레스가 언제 내 알몸을 보았는가?'라고 아프로디테가 놀랐다는 이야기가 떠돌 정도로 그 시대 사람들에게 충격적인 작품이었다. 이 둘의 경쟁을 통해 고전적 미술 양식과 혁신적인 시도 간의 긴장감이 엿보이며, 그 결과로 다양한 작품들이 새롭게 창작되었습니다.
제욱시스와 파라시오스
미술용어 ‘트롱프뢰유(trompe-lœ’il)'는 대상을 실제로 있는 것처럼 묘사하는 정밀화법’을 일컫는 단어이다. 일반적으로 이 용어가 적용되는 것은 벽화 등에서 실제의 실내공간을 넘어선 착시적 공간을 의도적으로 표현할 때나 좁은 공간 내에 묘사된 사물이 마치 실물이 그곳에 있는 듯한 효과를 의도한 작품의 경우 등이다.
기원전 5세기경에 활동했던 제욱시스와 파라시오스는 이런 정밀화법으로 유명했는데, 제욱시스는 평면적인 색으로 형태를 채우는 방식에서 벗어나 빛과 그림자를 조작하여 입체적인 환영을 만들어내는 기법을 실현했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파라시오스는 보다 이상적이고 섬세한 양식을 선보이며 서로 다른 미적 가치를 대변했다고 한다. 이들의 경쟁은 고대 그리스 미술에 다양한 표현 방식과 시각적 스타일을 불어넣었으며, 이들의 이야기는 수천 년을 두고 전해지며 진정한 라이벌의 일화로 회자된다.
제욱시스와 파라시오스는 당대 1등을 다투는 미술가였다. 두 사람은 자신이 더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랑하던 중, 제욱시스가 포도를 그리자 새들이 이것을 진짜 포도인 줄 알고 쪼려고 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자 그의 라이벌 파라시오스는 “제욱시스는 새의 눈을 속였지만, 나는 사람의 눈도 속일 수 있다”라고 맞받아쳤다. 그 이야기를 들은 제욱시스는 발끈해서 파라시오스의 화실로 달려가 나보다 더 잘한다는 증거를 대라고 요구했다. 파라시오스는 저기 있는 천을 벗기면 그림이 있노라고 했고, 그 천을 벗기려고 했을 때, '아뿔싸' 제욱시스는 그가 속았음을 알 수 있었다. 그 천이 바로 그림이었던 것이다.
새를 속인 실력의 제욱시스, 사람의 눈을 속인 파라시오스, 과연 누가 승자일까?
이 일화는 로마시대 작가인 대 플리니우스(Pliny the Elder)의 저서 Naturalis Historia에 전해지는데, 고대 그리스 미술에서 화가들 간의 경쟁과 창작에 대한 이해를 더욱 풍부하게 해주는 에피소드로서 경쟁과 예술적 비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확인할 수 있다.
아펠레스와 프로토게네스
또 다른 이야기로, 아펠레스와 프로토게네스 두 사람 간의 경쟁에 대한 이야기도 오랫동안 전해진다. 아펠레스는 그의 작품에서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미적 균형과 조화를 중시했던 반면, 프로토게네스는 아펠레스와 달리 더욱 감정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작품을 추구했으며, 그의 작품은 사실적 표현과 동시에 인물의 내면을 더욱 풍부하게 묘사했다고 전해진다.
아펠레스와 프로토게네스는 누가 누가 선을 잘 긋는지로 경쟁을 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어느 날 프로토게네스의 화실을 찾은 아펠레스는 그가 없는 틈을 타 그의 화실에 길고 반듯한 직선을 긋고 나갔다. 프로토게네스는 (괘씸한) 아펠레스가 더욱 곧고 반듯한 직선을 그었다. 그러자 또 아펠레스가 다시 찾아와 반듯한 선을 긋고 가면, 프로토게네스가 또 더 똑바른 선을 그었다는 이야기가 바로 선긋기 경쟁이다.
선 긋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인가 하고 생각하겠지만 모든 일에서 기본이 중요한 것처럼, 선을 긋는 작업은 미술가에게 가장 기본적인 능력이 아닐 수 없다. 비잔틴 시대에서 르네상스시대로 미술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이탈리아의 거장 조토(Giotto di Bondone)는 사람들로부터 "당신이 화가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아무런 말없이 동그라미를 아주 완벽하게 그려 보여주었다고 한다. 화가라는 것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완벽한 동그라미를 그릴 수 있다는 것 외에 뭐가 필요하단 말인가?
이런 이야기들이 모두 사실인지 확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화를 통해 그리스에서 예술가들 간에 치열한 경쟁이 있었고, 이 경쟁이 미술 발전에 큰 자극제가 되었을 거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이전 문명인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에는 없던 이런 예술가들 간의 경쟁이 그리스 미술을 발전시켰고, 스스로 새로운 미를 추구하는 이런 작가정신이 민주주의라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시대적 소명과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미술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스 건축의 정수, 파르테논 신전 (0) | 2023.08.27 |
---|---|
그리스 조각상 특징과 진화 (0) | 2023.08.26 |
쿠로스와 비교되는 그리스 조각, 코레 (0) | 2023.08.24 |
그리스 조각의 시작, 쿠로스 (0) | 2023.08.22 |
크레타 섬, 테세우스 신화와 그리스 문화의 시작 (0) | 2023.08.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