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슈 메를 동굴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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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이야기

페슈 메를 동굴 벽화

by DDing선생 2023.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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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부분이 학창 시절에 배운 구석기시대의 서양미술 유적지는 라스코와 알타미라 동굴 벽화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서양의 선사시대 동굴벽화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페슈 메를 동굴 벽화는

라스코 동굴이 발견된 프랑스 도르도뉴 주 근처인 로트 주에서, 1922년에 Cabrerets 마을에서 온 세명의 어린이에 의해 발견된 <페슈 메를 동굴 Pech-Merle Cave>은 프랑스의 가장 오래된 동굴 중 하나로 17,000년 전에 인류가 사용한 동굴로 추정된다. 이 동굴은 1926년부터 공개되었는데, 이는 전 세계를 통틀어서도 일반인에게 공개된 몇 안 되는 선사시대 동굴 벽화이다. 1952년부터는 프랑스 정부 등으로부터 역사적인 기념물로 보존되고 있으나 아직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지는 않았다.

&lt;페슈 메를 동굴 벽에 점박이 말과 손바닥 작품, 출처:&nbsp;&nbsp;Cahors Lot Valley 홈페이지&gt;

동굴의 구성

페슈 메를 동굴의 길이는 8km 이상으로 그 길이가 상당하나 일반인이 접근할 수 있는 곳은 약 1.2km까지 이다. 동굴의 높이는 곳곳에 30m에 이르는 지형도 있으며 그 넓이는 각기 다양하다. 동굴 내부는 다양한 침식작용에 의한 협곡과 같은 지형적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기원전 약 300만 년 전부터 1만 년 전까지 지구의 역사를 반영하는 다양한 지충과 동화가 발견되기도 하였다.
 
동굴의 입구를 지나면 만날 수 있는 <콤벨 갤러리 Combel Gallery>에서는 곰의 은신처의 흔적이 진흙에 남아있는 것과, 곰과 하이에나 등의 뼈가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살아있는 참나무의 뿌리가 동굴 속으로 뻗어있는 것 또한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또한 25,000년 전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말, 사자 등의 형상도 확인할 수 있다. 이어지는 <블랙 프리즈 Black Frieze> 공간에서는 제법 그 형태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말, 오록스, 들소 등이 목탄으로 추정되는 재료로 그려져 있으며, <쉬라 코르니쉬 Sur la corniche> 구역에서는 동굴 벽의 부조적 형태를 이용하여 매머드, 들소 등의 그림이 표현되어 있다.
 
<라 살레 데 페인튀르 La salle des peintures> 구역은 점박이 말, 들소, 여러 인물의 모습들이 그려진 넓은 공간이며, 두 개의 판으로 구성된 <디스크 홀 the Hall of the disks>을 지나면 선사시대 사람의 발자국으로 추정되는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지하 50m에 이르는 <곰의 갤러리 Bear Gallery>와 통로를 지나가면 동굴 벽면에서 상처 입은 남자의 형상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어지는 <동굴 진주 The cave pearls>의 구역에서는 동굴의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물이 얼마나 놀라운 예술적 모습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들소 the Bison-women> 구역에서는 사람의 손바닥 자국의 작품을 만나게 되는데, 손을 벽에 데고 입으로 안료를 뿌리는 스프레이 기법으로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라스코와 알타미라 동굴 벽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형태의 작품으로 이어지는 <점박이 말>의 벽화 구역에서도 볼 수 있다. 
 

점박이 말과 손바닥 작품

페슈 메를 동굴의 점박이 말 그림은 동굴의 암반 형태를 이용하여 말을 그린 것으로 주목받는다. 이는 알타미라 동굴의 황소 그림이 동굴 내 암반들의 형태를 활용하여 입체감을 살린 것과 흡사한데, 이는 원시시대 화가들이 동굴의 암반 형태를 보고 말을 떠올리는 '투사능력'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투사'란, 무언가를 꿰뚫어 본다는 뜻인데, 여기서는 재료나 공간만 보면서 실제 눈에 보이지 않는 작품을 그려내는 것을 의미한다. 르네상스 시대 천재 예술가 중 한 명인 미켈란젤로가 "조각이란 대리석 안에 있는 작품을 해당시키는 것"이라고 말한 것이 투사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 점박이 말과 함께 그려져 있는 손바닥 작품은 동굴 내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손바닥에 안료 등을 발라서 벽이나 바위에 찍거나, 입으로 뿜어내는 방식 등으로 그린 것으로 보인다. 이는 비단 페슈 메를 동굴에서만 확인된 작품만의 고유한 방식은 아니다. 프랑스의 쇼베 동굴, 호주의 카나본 국립공원 등에서도 유사한 손바닥 작품이 발견되었으며, 인도네시아 마로스 동굴에서 발견된 작품은 약 40,000년 전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어 현재까지 인류가 남긴 최초의 미술작품으로 손꼽힌다. 
 
이런 손바닥 작품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직 없으나, 주술적인 행위가 이루어지는 과정 중에 어떠한 단체 행동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추측하는 연구결과가 많다. 지녁과 시기를 가리지 않고 유사한 유물이 남아있는 것으로 볼 때, 손바닥으로 자신의 흔적은 남기는 행위는 작품을 만든다기보다는 인간의 초보적이고 본능적인 퍼포먼스로 보는 의견이 더 우세하다. 또한 그림을 그린 사람의 신분이나 기회를 나타내거나 공통된 목표를 향한 기원의식 등에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즉, 이런 그림들은 동굴에서 살았던 선사시대 사람들이 자신과 가족 그리고 자신의 무리를 둘러싼 환경을 보호하고 존속시키기 위한 바람의 결과물이 아닐까?

페슈 메를 동굴 벽화의 가치

페슈 메를 동굴의 벽화 특히, 손바닥 작품은 석기시대 인류의 예술적 창조성과 문화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 그림들은 사람들의 안전과 생존을 기원하는 주술적인 표현의 결과 또는 문자가 없던 시절에 의사소통이나 기록을 남기기 위한 노력의 창조물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새로운 벽화 작품을 통해 우리는 인류의 예술적 활동의 변화가 인류 역사에 어떤 영향을 주었으며, 어떻게 성장하고 발전해 왔는지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정보를 얻는다. 페슈 메를 동굴의 다양한 벽화는 현대인들이 그 작품들의 예술적 창조성과 문화적 가치는 물론 선사시대 원시인들의 사고에 대한 부분 또한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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