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최초의 미술작품
서양미술사의 시작은 언제부터일까? 문자가 없고 기록이 부족했던 원시시대임을 감안할 때, 미술사의 기원을 더듬어 가는 과정에는 그 근거와 상상력이 함께 작동해야 보다 합당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손도끼, 토기 등 각종 다양한 유물과 유적지에 곳곳에 남아있는 흔적을 통해 인류의 시작과 미술의 기원을 짐작해 볼 수 있는데, 현재까지 확인된 '제대로 된' 서양미술사의 기원으로 불릴만한 '인류 최초'의 작품으로 많은 사람들이 <라스코 동굴 벽화 Lascaux cave paintings>를 꼽고 있다.
라스코 동굴의 발견
라스코 동굴은 프랑스 중부 내륙 지역 '도르도뉴' 지방에 위치한 '몽티냑'에 위치해 있다. 이 조그만 시골 마을에서 발견된 동굴벽화는 현재까지 발견된 작품 중 인류가 가장 먼저 만든 미술품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이 인류최초의 미술품은 기원전 17,000년~15,000년 경인 후기 구석기시대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 역사적 유적이 발견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채 100년이 되지 않는다.
라스코 동굴이 발견된 것은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 9월 12일이다. 발견 당시 동굴은 인적이 거의 없고 오랜 기간 그 입구가 흙이 쌓여 막히면서 작은 야산의 흙더미와 같았다. 프랑스의 시골 마을인 도르도뉴 지방에 살고 있던 마르셀 라비다를 비롯한 그 친구들은 자신들이 찾던 개가 처음 보는 구덩이에 갇힌 것을 목격했고, 개가 사라진 장소를 자세히 찾기 위해 헤대던 중 동굴의 입구를 발견하게 되었다. 18,000년 동안 숨겨져 있던 선조의 비밀을 처음으로 마주친 그 소년들이 얼마나 놀랐을까?
이렇게 극적으로 발견된 라스코 동굴 벽화는 프랑스와 전 세계 관계자들로 부터 집중을 받았으며, 그 역사적, 미술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1979년에는 유네스코로부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동굴을 찾으면서 그들이 뿜어내는 이산화탄소와 동굴 내외부의 온도와 습도 차이, 그리고 그들이 함부로 만진 손길들로 벽화는 훼손될 수밖에 없었고, 이 인류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1964년부터 이 동굴은 일반 관광객에게 공개가 금지되어 있다. 지난 18,000년 동안 이 벽화가 보전될 수 있었던 것이 외부와 철저하게 차단되어 최적의 보존상태를 유지했던 것임을 반증하는 모습이다.
라스코 동굴 벽화의 구성
서양미술사의 시발점으로 불리는 동굴벽화에서 그 의미가 남다른 라스코 동굴은 크게 <황소의 방>, <엑시알 갤러리>, <샤프트>, <앱스>, <네이브>로 구성되어 있다.
★황소의 방(Hall of the Bulls)
황소의 방은 라스코 동굴 안에서도 가장 크고 넓은 공간으로 거대한 황소(현재는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오록스'로 추정)와 붉은 사슴, 말 등이 화려하게 그려져 있다. 방의 이름에 걸맞게 황소 그림은 약 4m에 달하는 웅장한 모습이며 말의 모습은 입에 안료를 담아 뿌리는 스프레이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과 화면으로 이 벽화들을 접하고, 그 태고의 시절에 이러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원시인(선조)들의 높은 미술적 DNA에 대해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엑시알 갤러리(Axial Gallery)
엑시알 갤러리는 사람 하나가 겨우 통과할 만한 좁은 통로이며, 이곳에는 검은 소, 야생말 등 다양한 동물의 역동적인 모습을 동굴의 벽과 천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울퉁불퉁한 벽과 불규칙적으로 튀어나온 암석들의 특성을 살려 묘사한 것이 특징이다. 이는 라스코 동굴의 벽화가 평면적인 회화가 아니가 동굴 내 지형지물을 활용한 공간예술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더 샤프트(The Shaft)
좁은 복도를 통과해 앱스의 절벽을 지나면 거의 3층 높이의 절벽을 사다리로 내려가야 다다를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이렇게 비밀스러운 공간이 바로 가스코 동굴에서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샤프트이다. 그 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미끄러운 암벽을 타고 오르내리며 이곳까지 도달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지만, 가히 라스코 동굴의 심장부라 할만하다. 이곳 샤프트에서 주목할만한 작품은 내장이 튀어나온 들소와 다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그림이다. 들소의 몸을 관통한 것처럼 묘사된 창과 들소 앞에 누워있는 것으로 보이는 남자로 짐작건대, 들소와 남자가 혈전을 벌인 후 모두 다쳐서 상처를 입은 상황으로 추정된다. 라스코 동굴 벽화에서 드물게 사람이 묘사된 그림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네이브(The Nave)
앱스를 따라 다시 올라가면 네이브라는 비교적 넓은 공간이 나오는데, 그 입구의 천장 양쪽으로 사슴과 검은 암소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목 위의 모습만 그려진 사슴의 모습을 보고 몸통 아래는 훼손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으나, 실제 작품을 보고 연구한 이들은 사슴들이 목만 내놓고 물을 건너는 모습을 동굴의 형태를 이용해서 묘사한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풍요를 상징하는 검은 암소의 그림에는 다리 부분에 격자무늬에 대해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며, 네이브 벽면에 그려진 두 마리 들소의 작품에서는 다리가 겹쳐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작품을 그린 사람들이 공간감을 통해 역동적인 모습을 표현하는 능력이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사물을 관찰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현대인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음을 알 수 있다.
라스크 동굴 벽화 만나기
라스코 동굴 벽화는 그 역사적·예술적 가치를 보전하기 위해 일반인들의 관람을 통제하고 있으며, 정부 기관의 추천이 있는 전문가에 한해서 하루에 6명 이내로만 출입이 가능하다. 앞으로도 이러한 정책은 바뀌기 어려울 것으로 보아 인류 최초의 미술사적 흔적을 직접 확인하는 것은 어려워졌지만 다른 방법으로 간접적인 체험이 가능하다. 첫 번째 방법은 '라스코 동굴 2'를 찾는 것이다. 원래 동굴에서 약 200m 떨어진 곳에 만든 인조동굴에 라스코 동굴 벽화의 중요 작품들을 재현해 제2의 라스코 동굴을 만들어 놓았다. 프랑스 정부와 지역화가들의 노력으로 1983년에 개장한 이곳은 진짜 라스코 동굴 벽화를 보고 싶어 하는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라스코 홈페이지를 통한 랜선 여행을 꼽을 수 있다. 책이나 각종 자료에서 단편적이고 평면적으로 보았던 작품들을 3D기술을 통해 실제 동굴을 걸어가는 듯한 영상을 접하면 이 벽화들의 실제적인 감동에 좀 더 가까워질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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