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건축의 정수, 파르테논 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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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이야기

그리스 건축의 정수, 파르테논 신전

by DDing선생 2023.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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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건축의 정수, 파르테논 신전

앞서 블로그를 통해 그리스의 조각과 그 발전과정에 대해 함께 알아보았다. 물론, 그것으로 그리스 조각의 전부를 이야기하는 것은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잠시 숨을 돌려 그리스의 건축을 짚어보고 가려한다. 이집트 문명의 피라미드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지구라트와 페르세폴리스와 같은 건축을 보면서 이미 고대 건축의 위대한 업적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이들의 문명을 고스란히 이어받아 자신의 것으로 새롭게 창출시킨 그리스 역시 세계사에 기리 남길 건축물을 많이 남겼다. 그중에서도 이번에 함께 볼 건축물은 바로 파르테논 신전이다. 

그리스 건축의 정수, 파르테논 신전

 

파르테논 신전의 탄생

파르테논 신전은 고대 그리스의 건축을 대표하는 유적으로서 페르시아와 전쟁 이후 기원전 432년경에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수호자로 불렸던 아테나 여신에게 봉헌된 신전이다. 아테네라는 도시는 크게 세 개의 구획으로 나뉘는데 신들이 사는 도시인 '아크로폴리스', 산 사람들이 사는 '도시' 그리고 죽은 이들의 도시인 '네크로폴리스'이다. 파르테논 신전은 신들의 도시인 아크로폴리스에 위치해 있다. 

 

아크로폴리스에는 파르테논 이외에도 작은 신전들이 함께 있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승리를 기념해 승리의 신 '니케'를 모신 '니케 신전', 아테네 건국신화에 나오는 전설적인 왕 에렉테우스에서 이름을 따온 '에렉테이온' 등이다. 원래 초대형 아테나 여신상과 아테나 신전이 있었는데 페르시아 전쟁 당시 파괴되었다. 페르시아 군대를 물리치고 아테나를 다시 수복한 그리스인들은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며 새롭게 신전을 지었는데, 그 신전이 바로, 파르테논 신전이다. 

 

페르시아와의 전쟁 이후, 그리스는 페르시아와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페르시아로 많은 예술가들이 갔는데 그 과정에서 페르시아의 문화에 많은 자극과 영감을 얻었다. 그렇게 페르시아의 놀라운 유적을 보고 돌아온 이들은 이전의 아테나 신전보다 훨씬 큰 신전을 지으려는 야망을 키우게 되었고 파르테논 신전이 탄생하게 된 큰 계기가 되었다. 

 

파르테논 신전의 구조

정면에서 바라본 파르테논 신전은 가장 상단에 자리한 삼각형의 지붕인 페디먼트와 그 아래에서 직사각의 대들보인  엔타블레이처 그리고 그 두 가지 구조물을 버티고 있는 기둥으로 구성되었다. 또 보통의 신전들이 6개의 기둥을 썼던 것에 비해 파르테논 신전은 8개의 기둥을 사용하여 더욱 위엄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 페디먼트

페디먼트는 엄밀히 얘기하면 지붕의 옆선을 말하는데 파르테논 신전에서 조각품이 가장 많이 들어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기원전 447년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이들 페디먼트의 조각들은 파손되고 손실되었지만, 일부는 원본이 남아있다. 하지만, 그 원본이 아크로폴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이 아닌, 영국의 대영 박물관에 대거 보관되어 있는 건 우리가 볼 때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스 건축의 정수, 파르테논 신전
<파르테논 신전 동쪽 페디먼트의 조각들/ (좌)헬리오스와 그의 말 그리고 디오니소스 (우) 세여신, 출처 (좌)대영박물관 (우)위키피디아>

 

2. 프리즈와 메토프

엔타이블레이처에는 띠처럼 이어지는 프리즈와 칸으로 만들어진 메토프가 있으며, 그곳에는 부조로 조각된 작품들이 있다. 페디먼트의 조각이 입체 조각이라면 메토프는 한 컷짜리 그림, 프리즈는 연속되는 그림이라고 볼 수 있다. 메토프의 작품을 하나 보면, 반인반수의 켄타우로스와 사람이 싸우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인간인 레피투스 집안의 결혼식에 켄타우로스가 찾아와 훼방을 놓는 장면이다. 

그리스 건축의 정수&#44; 파르테논 신전
<반인반수 켄타우로스와 싸우는 인간/ 파르테논 신전 메토프 조각, 출처: 위키피디아>

파르테논 신전이 페르시아 전쟁 이후 아테네신을 위해 지은 신전임을 감안할 때, 이 작품에서 켄타우로스는 페르시아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페르시아 군이 기병으로 유명했던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고요. 이런 전승 기념물과 같은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양쪽이 대등하게 싸우고 있는 것으로 표현되어 있다. 또, 실제 전쟁 장면을 그리지 않고 신화 속 이야기를 담은 것은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의 전쟁 관련 작품들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이는 신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전쟁과 그에 따른 이야기를 보편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들고, 전쟁을 겪은 그 당사자들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더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해석된다.

 

프리즈에는 전차병, 기병, 보병 등 다양한 군인들의 신을 향해 행진하는 모습과 아테나 여신에게 옷을 바치는 소녀의 모습 등이 새겨져 있다. 이 작품들 모두는 신화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애국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고, 죽은 전사자들을 위로하며 이를 통해 남은 시민들이 똘똘 뭉칠 수 있는 기념비적인 매체가 되는 것이다.

 

3. 기둥

기둥의 머리를 주두라고 하는데, 그리스 건축양식에 따라 도리아식, 이오니아식, 코린토식 이렇게 세 가지로 주두의 모양이 나뉜다. 파르테논 신전의 주두는 도리아식인데, 다른 두 가지 양식에 비해서는 평범한 모습을 보인다. 신전의 기둥은 똑바른 직선이 아니라 중간 부분을 약간 불룩해 보이도록 만들었는데, 엔타시스 공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영주 부석사의 무량수전의 기둥이 배흘림 양식으로 만든 것과 비교해 볼만하다. 

 

직선으로 기둥을 만들 경우 높이가 10미터가 넘은 파르테논 신전의 기둥 같은 경우, 아래에서 보면 기둥의 중간이 좁아져 보인다. 결국, 기둥이 찌그러지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런 현상을 보전하기 위해 배를 볼록하게 만들어 보강하는 건축 기법이다. 

 

또 8개의 기둥 간의 간격도 일정하지 않다. 가운데 기둥들은 같은 간격을 가지지만, 바깥쪽 기둥 두 개는 안쪽으로 살짝 당겨줌으로써 보는 사람들이 같은 간격으로 볼 수 있는 시각적 효과를 주었다. 보는 사람의 눈에 직선으로 보이기 위해서 실제로는 어느 정도 곡선이어야 한다는 이론에 그리스인들은 능통해 있었던 것이다.

 

어디서나 보이는 파르테논 신전

아크로폴리스 높은 곳에 위치한 파르테논 신전은 아테네 시내 어디에서 보더라고 볼 수 있고, 밤에는 조명을 비춰 환상적인 야경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이 신전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돌아보니 단순히 눈으로 아름다움을 논하는 것만으로는 담을 수 없는 역사적 예술적 흔적들이 너무나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예술적으로는 현존하는 고대 그리스 건축물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 도리스식 기둥 양식의 발전의 정점을 이룬 건축물로 꼽힌다. 또한, 각종 침략과 전쟁을 이겨내고 그 승리의 환희와 희생에 대한 아픔을 고스란히 새겨놓은 그리스 인들의 혼이 담긴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수많은 파괴와 약탈로 부서져 있는 파르테논 신전은 예전의 모습을 찾기 위해 아직도 복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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